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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로 내몰리는 공기관 직원들… 신입·워킹맘 "퇴사 고민" [‘2차 이전’ 공공기관 유치 전쟁]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9 18:10

수정 2021.05.19 18:10

1차 이전지 혁신도시 이미 포화
지자체도 소도시 내걸며 러브콜
업무 시너지보단 ‘지역 나눠먹기’
주거·육아 부담 직원들에 떠넘겨
소도시로 내몰리는 공기관 직원들… 신입·워킹맘 "퇴사 고민" [‘2차 이전’ 공공기관 유치 전쟁]
공공기관 2차 이전 과정에서 막대한 부작용과 갈등이 파열될 조짐이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수도권 일부 공공기관들은 지역 배정 기준이 지방이전의 기존 목표였던 '업무 시너지'나 '지역균형 발전'은 뒷전으로 밀린 채 지자체별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1차 이전지를 제외한 곳으로 지정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1차 이전 공공기관보다 거주 환경이 더 열악한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기관 이전에 반발해 사표를 쓰는 직원이 늘어나는 등 이전 기대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무개념 지방배정 럭비공 되나

서울에 위치한 A공공기관 관계자는 19일 본지에 "공공기관 1차 이전 때는 그나마 '고용노동부 산하라면 울산'이라는 식으로 업무별 특징을 고려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어느 지역으로 가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기관에 '정부의 이전 결정을 따를 것이냐'는 의견을 물어 '그렇다'고 답했는데, 공공기관이 어떻게 따르지 않는다고 답할 수 있나"라고 털어놨다.

지난 2007년부터 2019년 말까지 진행된 공공기관 1차 이전 과정에선 지방이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사 업무 기관을 동일 기능군으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울산은 에너지 산업·근로복지·산업안전 기능군으로 묶여 한국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9개 기관이 이전한 식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반드시 지켜진 건 아니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유사 업무를 담당함에도 각각 경남 진주와 전남 나주로 찢어져 이전했다. 대형 공공기관에 작은 기관이 끼워팔기식으로 배정된 셈이다. 실제로 서울 소재 B공공기관 관계자는 "혁신도시는 이미 포화상태"라면서 "우리같이 규모가 작은 기관의 경우 엉뚱한 지역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프라 열악한 지역 배정 반발 예고

국토부 산하 혁신도시발전추진단에 따르면 약 12년간 진행된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수도권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을 완료했다. 이 중 약 75%에 달하는 112개 기관이 부산, 대구, 전남 광주,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의 혁신도시로 자리를 옮겼다. 규모가 큰 도시엔 이미 다수의 기관들이 이전해 있다.

결국 지역 균형 개발이라는 목적에 따라 2차 이전이 본격화되면 인프라가 더욱 부족한 소도시 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전 대상으로 지목된 공공기관들의 설명이다. 실제 기관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지자체도 충남 내포 등 신도시나 소규모 도시들이 다수다.

2차 이전의 대상이 될 일부 공공기관은 직원이전 때문에 인력난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이전을 이유로 퇴사하는 직원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가 서울에서 먼 지방으로 옮겨도 대다수 임직원은 이사보다 출퇴근을 선호한다. 자녀 교육 인프라가 서울이 월등한데다, 서울과 지방간 집값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B기관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로 옮겼는데, 신입사원을 뽑기만 하면 바로 나가버린다고 들었다"면서 "'퇴근하면 할 게 없다'는 이유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입사했지만, 부족한 인프라 앞에선 퇴사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 같은 경우도 아이를 키우는 가장은 기러기 아빠가 되겠지만, 아이 엄마나 미혼남녀는 퇴사하는 직원이 꽤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C공공기관 관계자도 "자녀 양육 때문에 여성 직원들이 퇴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부 이전 후보지는 KTX가 닿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과 교통이라도 편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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