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직원 성과급 환수·취업제한 대상자 확대
조직개편안은 연기… 당정 이견 좁히지 못해
노형욱 장관 "의견수렴 거쳐 8월 최종안 확정"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력 20% 이상을 감축하고 공공택지 입지조사 권한 및 중복 기능을 내주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선다. 단, 지주회사 전환 등의 내용이 검토됐던 조직개편 방안은 추가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결정될 전망이라 다소 김빠진 대책이라는 평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진주 본사 전경. /LH 제공

◆ 택지조사 업무 국토부에 이관… 인력 2000명 이상 줄인다

정부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LH에 대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LH 직원들의 토지 투기의혹이 제기된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LH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혁신방안을 검토했다. 이후 두 차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당정협의를 거쳐 방안을 확정·발표하게 됐다.

당정은 LH의 구조적 문제 개선과 함께 조직을 현재의 부동산 개발 위주에서 벗어나 주거복지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2·4 대책 등 주택공급은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조직 역량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혁신안을 검토했다.

혁신안은 독점적 권한을 회수하고 비대화된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기능과 인력을 과감하게 슬림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통제장치를 구축하고 전관예우·갑질 등 고질적 병폐를 제도적으로 차단했다.

우선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공공택지입지조사 업무는 국토교통부가 회수한다. 시설물성능인증 업무와 안전영향평가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 정보화 사업 중 LH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사업 외에는 국토정보공사 또는 부동산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정부 간 협력사업(G2G)을 제외한 신규 해외투자 사업은 중단한다. 컨설팅 업무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로 이관하기로 했다.

지역개발, 경제자유구역사업, 새뜰마을사업 등은 지자체로 이양하고 LH 설립목적과 관련 없는 집단에너지 사업은 폐지하기로 했다. 리츠 사업 중 자산 투자·운용 업무는 부동산 금융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에 돌아간다.

이 같은 기능 조정에 따라 정부는 LH 인력을 2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1단계로 약 1000명의 직원을 줄이고 지방도시공사 업무와 중복 우려가 있는 지방조직에 대해서는 정밀진단을 거쳐 1000명 이상 인원을 추가로 감축한다.

지난해 경영평가 시 평가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과거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해당연도 평가결과 수정을 통해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또 향후 3년간 고위직 직원 인건비를 동결하고 경상비 10% 삭감, 업무추진비 15% 감축을 추진하며 사내 근로복지기금 출연도 제한한다.

투기재발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도 구축한다. 먼저 토지를 부당하게 취득할 수 없도록 재산등록 대상을 현행 임원 7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연 1회 부동산 거래조사를 실시한다.

LH 전 직원은 실제 사용하거나 거주하는 목적 외에는 토지 취득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실수요 목적 외 주택·토지 소유자는 이를 처분하지 않을 경우 고위직 승진에서 배제된다.

임직원이 보유한 토지현황을 신고하고 관리하기 위한 임직원 보유토지 정보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신도시 등 사업지구 지정 시 지구 내 토지소유자 정보와 임직원 보유 토지 정보를 대조해 투기가 의심될 경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임직원의 위법하고 부당한 거래 행위와 투기 여부를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준법감시관 제도를 도입하고 준법감시관은 외부전문가로 선임하도록 했다. 준법감시관을 감독하고 징계 수위 등을 판단·결정할 수 있도록 외부위원 중심 준법감시위원회도 운영한다.

퇴직자 전관예우, 갑질행위 등 고질적 악습도 전면 근절한다. 정부는 LH 취업제한 대상자를 현재 임원 7명에서 이해충돌 여지가 큰 고위직 529명으로 늘리고 퇴직자가 소속된 기업과는 퇴직일로부터 5년 이내 수의계약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설계공모나 공사입찰 등 각종 심사를 위한 위원회에서 LH 직원은 배제한다. 임대주택 매입 시에도 직원과 친척 주택은 포함되지 않는다.

갑질행위에 대해서는 상시 감찰활동을 실시해 적발된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즉시 징계처분한다. 중대갑질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며 공사현장에서 설계변경 필요 시 현장감독관이 아닌 관련부서로 직접 요청하도록 해 현장감독관 권한을 축소하기로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LH혁신방안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주회사 전환?’ 조직개편안은 아직… 추가 검토 후 확정
조직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공청회 등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조속히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당정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혁신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조직개편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면서 합의가 무산된 바 있다.

조직개편은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분리하는 세 가지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1안은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방안이다. 2안은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분리하는 안, 3안은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두고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이 중 정부가 제시한 안은 3안이었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LH를 기능별로 완전히 분리하는 수준의 조직개편안을 요구했고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부가 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철퇴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신경 쓰면서도 주거복지와 토지·주택이 분리되지 않는 3안을 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교차보전 문제 해결과 더불어 2·4 대책 등 주택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LH는 주거복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택지 판매와 주택 분양 등을 통해 메운다. 나머지 금액으로는 재투자를 하거나 정부배당 등을 해오는 식이다. 그러나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부문을 완전히 분리할 경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이 어렵다는 우러가 있었다.

또 1안처럼 토지와 주택 기능을 분리하게 되면 개발사업 독점 문제는 해소되지만 2·4 대책 등 주택공급계획 수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속사정도 있었다.

우선 정부는 위 세 가지 안을 포함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 및 전문가 검토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법률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직개편 논의과정에서 LH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지원단가 상향 등 재정지원의 점진적 확대, 공공정비 사업의 공사비 내역 공개 등 근본적인 정책 전환도 함께 고려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혁신방안과 관련해 투기 재발방지 관련 법령도 신속히 개정을 마무리한다. 내규 개정 등 LH 조치사항은 과제별 이행계획을 작성해 관리하고 이행실적을 분기마다 점검할 계획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LH 조직에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화되며 주거복지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원칙 아래 추후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8월까지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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