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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오류·주관적 판단 문제 노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대로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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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오류·주관적 판단 문제 노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대로 바뀔까

한국노총 공공부문노조, 경평 대개혁 촉구 "기재부로부터 공운위·경영평가단 독립시켜야"
정권따라 바뀌는 지표·정성적 평가 비중 과다 등 비판 제기...기재부 "8월 개편안 공개"

2일 사의를 표명한 한국철도(코레일) 손병석 사장이 지난 2019년 6월 부산철도차량정비단에서 KTX 객실난방장치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한국철도 이미지 확대보기
2일 사의를 표명한 한국철도(코레일) 손병석 사장이 지난 2019년 6월 부산철도차량정비단에서 KTX 객실난방장치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한국철도
기획재정부의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계산 오류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협의회(한공노협)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공공기관 평가의 대전환과 대개혁'을 요구했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등 3개 공공부문 노조단체로 구성된 한공노협은 "기재부가 아무리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고 점수부여 방식을 구체화했어도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은 사그라든 적이 없었다"며 "이번 경영평가 오류 사태는 그동안 쌓여온 제도의 폐단과 이로 인한 공공기관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2020년도 경영평가는 계산오류 문제 말고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의혹 사태를 명분 삼아 정부가 평가지침을 무리하게 적용해 임금 삭감을 초래했다고 한공노협은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LH 사태를 계기로 윤리경영과 관련된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 엄정하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2020년도 경영평가 과정에서 평가 배점을 잘못 적용하고 평가 점수를 입력하지 않는 등 오류를 범하고, 지난달 25일 경영평가 결과 수정 발표를 통해 10개 공공기관의 종합등급을 재조정했다. 기재부는 해당 오류의 책임에 공식 사과하고, 관련 평가위원을 해촉하고 향후 평가위원 위촉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재부의 경영평가 발표 결과 종합등급 C등급(보통), 세부항목 '경영관리' 항목에서 E등급(최하)을 받은 한국철도(코레일) 손병석 사장은 지난 2일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손병석 사장이 2019년 3월 취임 이후 조직을 개편해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고, 열차 방역의 성공수행으로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리더십' 등이 포함된 평가 항목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것에 의아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영평가에 로비 영향이 작용한다는 불신감도 드러내는 시각도 있다. 경영평가의 기본구조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인 탓에 공기업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어 외적 요인의 영향이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따라서, 해마다 3월 평가단을 구성하는 기존 방식 대신 상설 평가전담기관을 신설해 평가단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공노협 관계자는 "정권마다 달라지는 평가 지표, 전문성 없는 경영평가단, 기관별 설립 목적과 특성을 무시한 일률 평가, 평가결과 공개의 불투명성 등 제도 상 많은 문제가 누적돼 왔다"면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와 경영평가단 모두 기재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공노협의 경영평가 제도 개혁 필요성 제기에 업계와 학계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제도 도입 33년만인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 11월에 경영평가 제도를 대거 개편했다.

기존 대학교수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전문가 위주이던 경영평가단에 시민단체 관계자·노동계 추천인사 등을 참여시키고, 취약계층 채용 등 '사회적 가치' 항목을 대폭 늘렸다.

100점 만점 중 평가단의 주관성 판단이 들어가는 정성 평가(비계량 평가)가 56점으로 정량성 평가(계량 평가) 44점보다 비중이 큰 것도 특징이다.

사회적 가치 항목 배점 비중은 22~24%로 가장 크고, 그 가운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사회적 약자 채용 같은 '일자리 창출' 비중이 6~7%를 차지했다.

결국, 1~2점 차이로 종합순위가 뒤바뀌고 성과급 차이가 발생하는 경쟁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등 평가단의 주관성 평가 비중이 큰 사회적 가치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학계 한켠에서는 공기업이 본연의 설립 목적에 충실하기보다는 부수 역할을 늘리는데 더 치중하도록 만들었다고 제도 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영평가단에 수년간 참여했던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전환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교수는 "일부분 비정규직 고용 여건을 개선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는 역기능도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 등 특정 역할에 편중되지 않고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을 평가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경영평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는 8월 말까지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경영평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