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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공공기관 경영평가 잣대 확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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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관료들의 시각은 일반 국민의 생각과 많이 다른 것 같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9년 조사를 보자.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는지’를 묻자 공무원은 69.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면 국민은 18%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50%포인트가 넘는 차이는 일부 관료들의 일탈 등이 국민에게 관료 불신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국민의 관료에 대한 불신을 가중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차의 끝판왕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제도가 아닐까 싶다. 시민과 노동자가 아무리 의견을 제기해도 무시하고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은 제도를 37년째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 ‘경영평가 혁신안’에 실망
관료 중심 탈피, 민간 참여 늘려야

코로나 사태도 내년이면 3년째다.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기존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이제는 멈추고 국민과 함께 새로이 틀을 짤 때가 됐다. 전면 개편이 필요한 때다. 민간과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가칭) 공공기관 거버넌스 대전환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기재부는 탈(脫)진실의 환상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올바른 세수 초과 계산도 못 하고 경영평가 지표 가중치 관리를 부실하게 해놓고 민간 탓으로 돌리고 있다. 편람에 가중치가 미리 반영되지 않고 평가를 시작한 후에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도 통과되지 않은 새로운 가중치가 나온 것이 문제다.

정확하게 관리돼야 할 편람과 보고서의 사회적 가치 가중치와 최종 가중치가 다르다. 상당수 기관이 편람에 기재된 가중치를  실적 보고서에 기록하는 등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 공복이라고 선서한 관료들이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들과 국민의 마음에 상처만 주는 듯하다. 세금을 가혹하게 많이 걷더니 정작 국민에겐 적게 나눠 주는 것을 관료들은 공적이라며 자랑한다.

삶이 어려워도 국민은 세금을 열심히 내지만 공복들은 생색내는 데만 열을 올린다. LH 투기 사태와 경영평가 지표 가중치 관리 부실로 인한 수치 오류로 기재부 경영평가에 대한 불신이 커져 그만큼 개혁이 절실하다. 지난 8월 말 기재부는 경영평가 혁신안을 제시했다. 37년 만의 제도 개편이라는 홍보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기존의 폐쇄적인 경영평가 제도를 몇 겹의 관료 중심으로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의 일상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와 함께한다. 전기를 사용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식료품을 소비하고, 교육을 받고, 건강을 챙기는 모든 과정에는 공공기관들이 있다. 정부 예산의 약 1.6배나 되는 예산을 사용하는 공공기관 340개에 임직원만 43만 명이다. 공공기관 거버넌스 전면 개편은 관료 중심의 폐쇄적 관리체계부터 혁파해야 한다. 단기 실적 중심 평가를 극복하고, 공공성 중심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민간위원장을 임명하고 사무국을 신설하길 제안한다. 국무조정실 등으로의 이관도 검토해야 한다. 노동이사제 도입 및 시민 참여 강화, 2조 규모의 공공기관 성과급의 전면 손질도 시급하다. 2022년 3월의 경영평가를 1년간 유보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공기관 거버넌스 전면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대선 후보들은 관료들의 ‘평가 게임’을 중단시켜야 한다.

코로나로 많은 시민과 자영업자들이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권위적인 공직자들을 국민은 불신하고 원망한다. 공공기관 임직원 43만 명은 절망에 빠진 국민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관료들과 평가단을 바라보지 말고 국민만 바라보며 공공기관 거버넌스의 주체가 되길 바란다. 관료 중심의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직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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