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1호 피하자' 중대재해법 딜레마.."로펌은 문전성시"

김세정 2022. 1.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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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 회피 위해 로펌 문전성시..로펌의 공포 마케팅, 건설현장 10~14일 작업 중단까지"
-"시행 D-1, 공포 분위기 속 '1호 처벌 기업' 피하고자 대기업 페이퍼 위주 대응 준비"
-"중소기업, '종사자 줄이기'로 처벌 피하려 하지만, 법 자체가 불명확해 사실상 대응 불가"
-"사망사고 95% 300인 미만 중소기업 발생, 입법 취지 퇴색 '5인·50인 미만 사업장 제외' 개정돼야"
-"전 세계 유례 없는 우리나라 '중대재해법'..애매모호한 기준, 현장 혼란스러운 분위기 지속될 것"
-"대비 못 한 중소기업에 결국 처벌 집중될 것..중소기업 역량 향상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


■ 방송시간 : 1월 26일(수)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


https://youtu.be/r7LxcQt1KcI

◎범기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진우 안녕하십니까?

◎범기영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현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진우 굉장히 좀 심하게 말하면 굉장히 어수선하고 아수라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기영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정진우 먼저 중소기업들은 뭘 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는 상황이고 실제로 사실상 아무런 대응, 준비를 안 하고 있는 상태고요. 대기업들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냥 뭔가 페이퍼, 문서 작업 위주로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고...

◎범기영 페이퍼 작업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건설 현장에서는 아예 공사까지 중단해버렸다, 이런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정진우 참 그런 웃픈 일이 현실이 되고 있는데, 한 10일 내지 14일 정도를 아예 작업을 중단한다는 데가 대부분의 건설 현장의 경우에는, 큰 업체들의 경우에는 공통적인 지금 대응...

◎범기영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합니까? 지금 저희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을 업종별로 나눠놓은 그래픽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59%가 건설업에서 나오긴 하네요. 1호가 되진 않겠다, 이런...

▼정진우 그렇죠. 1호가 되지 않겠다. 자기들은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이 법 자체가 애매하고 불투명하다 보니까, 불명확하다 보니까 자신 없어 하는 거죠. 이렇게 한다고 해서 거의 사망사고가, 중대재해 발생하면 거의 수사 선상에 처벌될 거라는 그런 위기 의식이 좀 상당히 강한 것 같고요. 이게 로펌에서 공포 마케팅, 정부에서도 굉장히 공포 분위기 조성하고 로펌이 중심이 돼서 공포 마케팅을 하다 보니까 그거에 좀 휘말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1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공사를 일단 중단할 수는 있겠는데 중단해놓고 안전과 관련된 조치를 강화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 걸 하고는 있어요?

▼정진우 그게 나름대로는 하고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서류 작업 중심이고 완전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1호 기업이 안 된다는 생각들이 이제 지배적인 거죠. 일단은 여론의, 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이 되진 않겠다. 나중에 설령 사고가 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집중, 그때는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아무래도 여론의 비난을 적게 받을 거니까 일단은 여론의 큰 관심의 대상에서는 좀 피해 보자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범기영 일단 소나기는 좀 피해 보자? 지금 나갔다가 옷이 젖을 필요는 없지 않으냐. 그런데 일부 현장에서는 사내 하청, 이런 형태로 많이 만들어서 5인 미만으로 쪼개기라도 해서 아무튼 1호는 되지 않겠다. 법 적용 시기를 좀 늦춰보겠다, 이러기도 한다고요?

▼정진우 지금 당장은 5인 미만은 아예 제외돼 있고, 입법 적용이 제외돼 있고 50인 미만은 2024년부터 적용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일단은 50인 미만 쪽으로 사업 근로자 수를, 종사자 수를 그쪽으로 줄이는 쪽에 지금 아마도 많은 경계 선상에 있는 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5인 미만은 아마 2024년, 그때의 아마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렇죠. 그런데 이게 이제 기업들은 이런 입장이고, 당장 어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 이러고 있고. 반면에 노동계에서는 또 아니, 대부분의 중대재해가 소규모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거를 배제해놓는 게 말이 되느냐, 확대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게 불만이에요.

▼정진우 그러니까 지금 현재 사망 사고의, 우리나라 전체 사망 사고의 95%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리고 5인 미만에서 약 40%, 38%~40% 정도가 발생하고 5인에서 50인 사이가 또 역시 40~42% 정도가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사망 사고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발생을 하고 있는데, 이 법 적용이 5인 미만은 아예 제외 시켜놓고 또 50인 미만은 2024년, 상당히 2년 후로 유예하다 보니까 그때 가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이 법 적용에, 법 취지에 상당히 좀 퇴색되는 그거고 무색해지는 그런 것이죠.

◎범기영 그러니까 법을 만든 게 누구를 처벌하자, 이게 목적이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가 목적인 거잖아요. 그거를 생각하면 중대재해가 실제로 많이 발생하는 쪽에 더 강한 규제를 하는 게 맞는데 그러지 못하니까요.

▼정진우 입법자들이 국회에서 할 때 딜레마에 있었습니다. 이 법이 다분히 대기업의 경영 책임자 쪽에 타깃을, 거기를 처벌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대기업의 눈높이, 그런 내용으로 법이, 법안이 구성이 된 거죠. 그래서 그것을 중소기업한테 적용을 하려고 하니까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이 다 범법자가 될 것 같고, 처벌이 거의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 같다는 그런 것을 생각하다 보니까 결국은 50인 미만은 뒤로 미루자. 그리고 5인 미만은 아예 제외시키자, 라는 그런 식의 어떻게 보면 현실적 타협을 했다고도 볼 수가 있고. 결국은 법의 취지가 좀 몰각이 된 거죠. 차라리 법의 수준을 좀, 법 내용의 강도를 완화 시키더라도 50인 미만, 5인 미만을 정말 예방 쪽에 초점을 맞춰서 거기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법 적용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그게 가장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안 이루어져서 노동계에서는 그런 비판이 당연히 제기가 될 것 같고요. 또 이 법이 어쨌든 가장 큰 어떻게 보면 아킬레스건이고 또 가장 큰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범기영 반면에 기업들은 또 이런 반응이에요. 저희 그래픽 만들어놓은 거 있죠? 좀 올려주시죠. 전경련이 조사한 건데, 모호한 법 조항. 법 조항이 일단 분명하지 않다는 응답이 43%고요. 경영 책임자에 대한 부담이 너무 지나치다. 이것도 25%. 그리고 행정적, 경제적 부담이 지나치다, 이것도 21%가 넘었습니다. 어떤 부분을,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또 어려움이 크죠. 실제로 최고 책임자를 향해서 이게 법이 오는 것 같으니까.

▼정진우 이 법이 어떻게 보면 전 세계에서 유일한 법입니다. 영국의 법인 과실치사법을 제정의 모티브로 삼기는 했지만, 그 구성이라든지 내용에서 확연히 다르고요. 그래서 어쨌든 우리나라가 아마 이런 법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해서 운영하는 그런 상황에 있는데, 이 법 자체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매우 애매모호 하다 보니까, 그러다 보니까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준법 의지가 있어도 이거 잘했다고 자신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펌에,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쪽으로 로펌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그런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가 발생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로펌이 안전 쪽의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나중에 소송 과정에서 그런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예방 쪽의 전문가는 아닌데...

◎범기영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 주는...

▼정진우 그렇죠. 일단 법 자체가 애매모호 하다 보니까 자신을 할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까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자는 심산으로 로펌에 의지를 하다 보니까 법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법령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거기다. 또 정부 해설서조차도 이 쟁점, 실제로 현장에서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다 비켜 가고 있습니다. 해설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다가 로펌이, 안전의 비전문가인 로펌이 컨설팅을 주도하다 보니까, 그러니까 굉장히 안전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아마도 지속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범기영 당장 내일부터 시행인데 쉽지 않네요. 노동부에서 오랫동안 현업에서 근무를 하시기도 했고 지금은 또 교수로 계속 교편을 잡고 계신데, 지금 상황에서 그러면 당장은 어떤 걸 좀 해야 됩니까? 내일부터 당장 시행이라서 빨리빨리 정리를 하긴 해야 될 것 같아요.

▼정진우 이게 참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도 대기업도 그렇고 중소기업도 그렇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아마도 이 법의 처벌이 거의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사실상 대비를 거의 안 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렇다고 하면 일단 중소기업,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역량 향상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지도해 주고 지원해 주는 그것이 가장 급선무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 현재는 중소기업이 나름대로 컨설팅은 이루어졌고는 하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쟁점에 대해서는 거의 답변을 못 해 주고, 그다음에 알아서 준비 잘하십시오. 또 컨설팅을 따로 받아보세요. 그런 원론적인 설명을 하다 보니까 중소기업은 이런 설명이면 왜 개최를 했냐는 그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지금 중소기업들의 행정 역량을 정말 집중을 해서, 행정적인 입장에서는 대기업, 언론에, 여론에서 대기업들이 주로 포커스가 되다 보니까 대기업 쪽을 향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 의식하지 말고 정말 중소기업들의 행정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가장 1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입법 취지가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막는 데 있으니까, 사람이 다치고 죽고 상하면 안 되니까요. 그 방향으로, 실제로 사고가 많이 나는 건 중소기업이니까, 그쪽에 역량을 집중해야 되지 않느냐, 이런 제안이셨습니다. 지금까지 정진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우 감사합니다.

구성: 오진주, 정리: 이예영 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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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기자 (mabel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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