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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11곳 부채 `경고등`…경영평가 반영땐 기관장 해임 가능

이희조,송광섭 기자
이희조,송광섭 기자
입력 : 
2022-06-12 17:34:05
수정 : 
2022-08-18 19: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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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재무위험기관 지정 추진…내달 발표

인사교체 근거 활용 가능성에
재무건전성 열악한 곳 비상

文정부 임명 공공기관장 70%
임기 1년넘게 남아 어색한 동거

부채비율 200% 넘는 기관 7곳
완전자본잠식 4곳도 대상

국제 원자재값 상승 직격탄에
1년간 실적개선 쉽지 않을듯
◆ 공공기관 재무위험 평가 ◆

사진설명
정부의 이번 재무위험기관 선정에 대해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기관장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재무위험기관을 상대로 재무건전성 개선 정도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는 재무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그 결과는 기관장 해임까지 가능한 경영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르면 기재부는 경영평가에서 아주 미흡(E) 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미흡(D) 등급을 받은 기관의 기관장에 대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의결을 거쳐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1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다음달 발표하는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의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되는 재무위험기관의 재무 상황이 향후 1년간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내년 경영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확정된다면 재무위험기관의 재무건전성 개선 정도는 앞으로 매년 경영평가 항목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현행법상 전년도 경영평가 결과는 매년 6월 20일까지 발표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재무위험기관 관리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해 공공기관들이 성실하게 재무건전성을 갖추게 유도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2017년 493조원, 2018년 501조원, 2019년 525조원, 2020년 541조원에 이어 지난해 583조원까지 불어났다.

기재부는 지난 3일 제6차 공운위를 열어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재무위험이 높은 기관을 선별적으로 집중 관리해 공공기관 부채 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이 커지는 것을 사전에 막는다는 구상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경영평가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공공기관의 재무 상태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올해 들어서는 재무위험기관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경영평가를 통한 간접 관리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한 자율 관리에 이어 재무위험기관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는 별도 관리체계를 추가로 도입한 것이다.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되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협의 및 조정이 강화된다. 출자·출연 총량 관리 등 사업위험 관리도 확대된다. 또 이자 비용 부담 완화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등 전방위적인 집중 관리를 받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 정도는 경영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관리 대상이 된 공공기관들의 관리계획 이행 정도는 경영평가의 한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구체적으로 목표 부채비율 달성 여부, 투자계획의 적정성, 계획 이행 노력 등이 반영되고 있다. 재무위험기관의 재무 개선 성과도 이와 비슷한 기준으로 경영평가에 반영될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재무위험기관 관리가 공공기관장을 해임하는 간접적인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 중 70%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아 '어색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최근 검찰의 '블랙리스트' 수사 영향으로 이들의 퇴임을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재무위험기관 선정이 유력한 공공기관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7개 기관(한국가스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전력공사·한국중부발전·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철도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과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4개 기관(국가철도공단·대한석탄공사·한국광해광업공단·한국석유공사)이다. 이들 11개 기관의 기관장들은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과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임기가 1년6개월 이상 남아 있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문재인정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도마에 오른 기관장도 적지 않다. 이병호 농어촌공사 사장은 농업계 친문 인사로 분류되고, 나희승 철도공사 사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협력분과위원회 활동 경력이 있다. 원경환 석탄공사 사장은 경찰청장 출신으로 민주당 입당 경력이 있다.

재무위험기관 선정이 예상되는 기관의 재무 상황이 내년 경영평가 때까지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공공기관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 관련 기업인데, 최근 급격히 치솟은 국제 에너지 가격 때문에 정부가 특별 관리를 하더라도 상황이 큰 폭으로 호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하면 멀쩡했던 에너지 기업도 버티기 힘들다"며 "기존에 재무 상황이 좋지 않던 기관들은 상황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부채비율이 대폭 늘어난 기관도 재무위험기관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번에 재무위험기관 평가 대상이 되는 27개 기관 가운데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채비율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215.9%가 늘어난 한국공항공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KOTRA, 부산항만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한전, 인천항만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희조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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