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특허·기술 민간에 개방 …‘공룡’ 공공기관 살 뺀다

■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인프라 구축후 ‘독점’사례 많아
사업 진흥 역할 배제 못하지만
민간영역 침해 부작용 심각 판단
“각 부처 장관 개혁의지가 관건”

정부가 올 연말까지 공공기관이 독점 보유한 특허 기술 및 신기술을 민간에 개방토록 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신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산업 분야에도 민간 기업의 참여가 허용된다. 정부는 각 부처가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이 같은 내용을 담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일 “공공기관 혁신 최종 단계에서는 기관이 독점적으로 보유한 특허나 신기술 모두를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며 “정책수행 기능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해당 분야 민간업체들과 경쟁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민간·지자체와 경합’하는 분야의 기능 축소를 제시한 바 있다.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경제성장에 맞춰 공공기관의 역할을 민간 영역의 성장과 산업 활성화 지원에 무게를 두도록 하고, 독점적인 시장 사업자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사업규모가 큰 시장형 공기업 등의 경우 기관 설치법에 명시된 핵심기능 이외의 사업 확대로 인해 민간업체들과 경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의 진흥과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투자에 나서서 초기 인프라 구축 등에 기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해당 공공기관의 규모가 커져 시장 내에서 주도적 혹은 사실상의 독점 사업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각종 사업 수주과정에서도 지자체 등 공공영역의 소비자들도 민간보다는 규모가 큰 공공기관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아 민간업체들의 반발도 적잖았다.

전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공간정보 사업 영역을 둘러싸고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사업자단체 간의 갈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LX의 경우 공간정보기본법에 부여된 사업을 추진했고, 사업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투자를 추진해왔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업자단체는 LX가 공간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 등에서 중소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를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분야 역시 전기판매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법률까지 바꿔 ‘전력 판매’ 사업 분야에 뛰어들어 민간업체들과 경쟁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기재부와 공공기관 혁신 태스크포스(TF)는 민간의 역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공공기관의 민간 분야 사업 진흥 역할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시점에선 공공기관이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 전달한 혁신 가이드라인 양식에 해당 부처 산하 공공기관들의 민간경합에 대한 기준까지 제시한 상태다. 일부 기관에선 사업영역의 축소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기재부의 방침은 단호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공공기관 개혁은 각 부처 장관들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