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평가기준 아직 마련안돼
공공 발주기관 제각각 기준 적용
업무혼선과 비용 부담증가 우려
"급진적 시행보단 단계적 평가지표 마련해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달청이 시행 준비중인 '공공공사 ESG평가 기준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공공조달 참여자인 건설업체의 공신력 평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ESG관련 입찰자 평가기준의 도입은 업계 혼선과 과도한 사회적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조달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를 위한 내부지침인 '공공조달의 사회적 책임평가 기본지침(안)'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조달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장려규정을 조달평가에 반영하는 조달청 내부 가이드라인이며, 사회적 책임은 통상 ESG 평가에서 환경(E)·사회(S) 항목에 해당된다.

이는 현행 입찰가점 방식을 기본배점 방식으로 전환해 시범적용한다. 입찰평가 외 우수조달물품, 품질보증조달물품 등 각종 조달제도에도 환경·안전·고용창출 등에 대한 심사기준을 확대·신설한다.

지침은 먼저, 조달기업의 ESG 평가와 관련해 부담이 없도록 민간에서 통용 중인 ESG 평가 인증은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지침에서 제시된 평가항목 풀(Pool)은 경제활력, 상생·협력, 탄소중립, 보건·복지·안전 등이다. 

현재 논의 단계에 있는 공공조달 ESG 도입은 기본지침 의견수렴과 도입 가능한 분야를 선정해 하반기부터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한국도로공사, 인천도시공사, 부산항만공사 등 공공공사 발주기관은 공공기관의 ESG경영 도입에 따라 자체 발주공사때 낙찰자 평가기준에 ESG평가를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달청 평가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어 자체적으로 ESG평가 기준을 마련하다보니 업계 혼선과 불필요한 비용부담 증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공사 낙찰자 평가기준에서는 ESG평가와 관련해 다양한 평가기준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때 추가적인 ESG 평가기준을 도입할 경우 중복적인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복규제로 불필요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민간 인증·평가기관의 ESG종합 등급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ESG 인증과 관련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 다수의 민간기관이 기업을 평가 발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민간기관들이 공공조달에서 평가에 활용할만한 공신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영리목적의 민간 평가등급 획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평가를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기관의 ESG평가 모델의 경우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평가 모델이라 보기 어려워 이들 평가지표의 활용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에 건설 전문가들은 기업의 준비가 미흡한 현시점에서 급격한 ESG 입찰자 평가기준의 도입은 업계 혼선과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현시점에서 공공공사 ESG평가 기준 마련과 적용대상 공사에 대한 범위 설정은 점진적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ESG관련 평가 지표가 마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규 평가지표의 도입보다는 기존 관련 평가 지표의 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업계 혼선 방지를 꾀해야 한다"며 "기업의 대응 역량 마련이 가능한 중대형공사부터 우회적 입찰참가자의 ESG경영 확산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권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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