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8월 말까지 각 공공기관이 주무부처에 제출하는 구조조정안의 핵심 내용은 사내대출제도 축소와 상위직급 감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관은 검사·인증사업의 민간 경합 여부를 두고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한국전력공사는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5월 발표한 자구안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5월 의정부 변전소 부지 같은 보유 부동산 15곳과 한전그룹사가 보유한 부동산 10곳 등을 즉시 매각하고 자회사 한전기술과 한국전기차충전 지분 등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산자부 구조조정안 제출한 한전
‘민간경합’ 영역에 노동자 관심 집중

그러나 이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만큼 추가적인 매각계획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가 지속해서 요구한 인력 감축과 복리후생 폐지는 우력해 보인다. 지난해 공공부문 노정갈등 도화선이 된 사내대출제도 포함 가능성도 높다.

전력산업쪽 노동자들은 이번 구조조정안에 전력시장 민영화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민 한국남부발전노조 위원장은 “복리후생 같은 대목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더 이상 줄일 게 없을 정도”라며 “이번 구조조정안에 민간경합 사업 포기를 어떻게 담았을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민간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아예 공기업이 손을 떼는 방식으로 갈 우려가 크고, 민간기업에 전력 판매시장을 개방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SK이노베이션처럼 이미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는 대기업이 전력 판매까지 직접 하면 한전은 사실상 망 사업자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이미 지난해 조직해체 수준의 철퇴를 맞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더 이상 줄일 게 없어서 고민이 깊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위탁사업을 대부분 반환했고, 이 과정에서 1천명이나 직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LH노조 한 관계자는 “이미 매를 맞아 구조조정을 할 대상도 없다”며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또 270만호 주택공급을 하라고 시키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금융공공기관쪽은 ‘본보기’가 될 우려가 크다. 한 금융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은 “다른 주무부처 기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기재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금융권 구조조정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며 “제출받은 구조조정안을 들고 다른 기관들과 비교하며 추가적인 압박을 경영진에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부 기관 검사·인증사업, 민간 이양 갈등 소지

일부 노동자는 구조조정안 내용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한 공공기관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안에 복리후생을 줄인다며 올리는 게 체육대회 두 번 하던 것을 한 번만 한다는 식”이라며 “공무원보다 하루 이틀 많은 휴가를 과도한 복리후생이라며 혁신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별로 있지도 않은 복리후생을 과도한 것처럼 침소봉대해 공공기관과 공공노동자를 죄악시하는 방식으로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기관은 검사·인증사업 민간 이양 여부가 갈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기관 특성상 전문성을 갖고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인데도 기재부가 이양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안 작성 과정에서 노사관계는 기관마다 편차가 컸다. 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은 구조조정안 마련과 관련해 경영진과는 협의를 모두 거부하라고 지침을 내린 상황이지만 개별 기관 노사관계에 따라 일부는 협의에 준하는 대화를 나누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월 말까지 각 기관이 주무부처로 구조조정안 제출을 완료하면 기재부는 이를 넘겨받아 9월부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평가에 돌입할 계획이다. 약 3개월간 공공기관이 제출한 안을 부처별로 점검하면서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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