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성폭력교육 무용지물… 참여율 99%인데 사고나면 여전히 ‘쉬쉬’

여가부, 미통보때 과태료 추진

지난해 성폭력예방교육에 참여한 공공기관장 비율은 99.8%에 달했지만,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대외에 숨기거나 지연 보고하는 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통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사건 통보 및 재발방지대책 제출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 등 제재 조치 도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여가부는 기관장의 피해자 보호조치 및 성희롱 피해자·신고자에 대한 부서 재배치 등 불이익처분 금지 의무도 신설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성폭력방지법,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국가기관 등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가 없는 한 여가부로 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해야만 하지만 기관장이 늑장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이원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국가기관별 성희롱·성폭력 사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3일부터 올해 8월까지 36개 국가기관이 성희롱·성폭력 41건을 여가부에 보고했다. 기관장이 사건을 인지하고 여가부에 통보하기까지 평균 22.8일이 걸렸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빚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여가부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가해자의 불법촬영 혐의 등의 사건 내용을 통보받지 못한 것이 알려져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 등 관련 교육 실적과 대비된다. 이날 여가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2021년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교육 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 예방교육 실시율은 99.8%로 전년과 같았고 예방교육에 기관장이 참여한 비율은 99.8%로 0.1%포인트 증가했다. 고위직 참여율(93.6%)은 0.7%포인트, 종사자 참여율(92.9%)은 1.5%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대학생 참여율은 52.7%로 전년(45.9%) 대비 6.8%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