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공공운수노조가 개최한 '공공기관 공동교섭 선포 및 대정부 교섭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오는 9월 공동파업을 앞두고 공동교섭에 돌입한다. 공동교섭 개시를 시작으로 조정 신청,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본격적인 파업 사전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현 정부에 던지는 마지막 대화 제안이며 공공부문 노동자의 파업은 정권 몰락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공공기관 공동교섭 선포 및 대정부 교섭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에 노정교섭을 촉구하며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민영화 중단 및 사회공공성 확대 ▲임금격차 축소 및 실질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폐지 ▲인력충원 및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 ▲노동개악ㆍ노조탄압 중단 ▲공공부문 노정교섭 실시 등이 포함됐다.
 
공공운수노조는 "노정교섭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자와 대화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길 바란다"며 "이 요구안은 공공운수노조의 마지막 대화 제안"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공동요구안을 제시하며 '대정부 파업'을 선포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하반기 예정된 9~10월 파업은 대정부 공동요구를 바탕으로 한 공동파업"이라며 "공동교섭 개시를 시작으로 조정 신청, 쟁의 찬반투표, 파업 돌입, 투쟁 종료 등 일체의 쟁의 일정을 함께 논의하고 공동으로 진행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은 통상적으로 하계 이후에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그 시기를 앞당겨 교섭권을 보유한 공공운수노조 산하 77개 노조 중 40개(52%) 노조가 이미 교섭을 요구하거나 교섭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에 진행될 공동파업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교섭 개시ㆍ준비 단위가 5월까지 22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이보다 무려 18대 단위가 증가했다"며 "윤석열 정권이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노동권을 탄압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분노와 공동투쟁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명호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차량정비 업무를 민간에 외주 위탁하려한다"며 "관제권과 시설유지보수업무는 유기적으로 움직이기에 이를 분할한다면 시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안전인력 충원 노력을 포기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외주화와 민간위탁으로 민간자본을 살찌워 안전에 빨간 경고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의료 분야에선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윤태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정부가 공공정책수가 도입, 임금가이드라인으로 공공병원을 고사시켜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촉진한다"고 꼬집었다. 공공정책수가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공약 중 하나로 민간에서 공공의료 기능을 하는 분야에 지원을 강화하는 건강보험 보상체계를 말한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 2월 확정한 '직무성과급 강화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직무성과급으로의 전환은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중 하나로, 정부는 앞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의 보수체계를 직무ㆍ성과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김철중 국민건강보험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에 직무성과급제가 도입되면 대국민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돈벌이 경쟁, 성과만능주의로 공공성은 파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서 연금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강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은 "국민연금 개혁은 미루고 사적연금 세액공제는 900만 원까지 늘렸다"며 "보험료 지원 확대, 크레딧(특정 조건 하 연금가입기간 추가 인정) 확대, 적정 소득대체율 보장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미례 전국공공연구노조 사무처장은 정부가 노조를 탄압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윤 사무처장은 "예산 통제, 재정건전성을 기준으로 한 경영평가 등으로 이미 노동3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검ㆍ경을 동원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구속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가 대정부 교섭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 일관할 경우 9~10월 공동파업은 더 크고 더 거세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공공부문 노동자의 전면 파업은 곧 정권 몰락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 종료 후 공공운수노조는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실로 이동했으나 경찰의 저지선에 가로막혔다. 결국 공공운수노조는 집무실 관계자에게 요구안을 전달했다.

정현철 기자 jhc0722@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