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0원, 짐 싸는 기관장…공공기관 '1년 성적표'에 공들이는 이유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06.16.

"경영평가를 앞둔 공공기관은 대부분 별도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수개월 동안 운영합니다. 경영평가 결과는 저한테도 직접 영향을 미치지만 직원을 볼 낯이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공공기관장 A씨)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공을 들이는 이유는 평가 결과가 임직원 '성과급'과 '기관장 거취'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평가 결과가 미흡한 18개 기관이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는다. 5개 기관에 대해선 기관장 해임 건의가 이뤄진다.
C 등급 아래면 '성과급 0원'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6.16.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은 경영평가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일례로 공공기관 중 공기업의 경우 기관장은 기본연봉의 최대 100%, 직원은 월 기본급의 최대 250%까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과급은 기관별 종합등급이 보통(C) 이상인 경우에만 지급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종합등급이 C 등급에 못 미치더라도 범주별(종합·경영관리·주요사업) 등급이 C 이상인 경우에는 성과급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D 등급을 받았지만 주요사업 평가에서 C 등급 이상을 받아 성과급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부턴 종합등급이 C 등급에 못 미치면 성과급 대상에서 원천 배제됐다. 이에 따라 총 18개 기관이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해당 공공기관은 대표적으로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인천항만공사, 강원랜드, 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다.


정부는 종합등급이 C 등급 이상이더라도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거나 부채비율이 급증한 공기업에는 성과급 지급을 제한하거나 반납을 권고했다. 대표적으로 재무위험기관('2021~2022년 연속 당기순손실 및 손실폭 증가' 또는 '전년대비 부채비율 50%포인트 이상 급증')의 임원 성과급을 전액, 1~2급 직원은 50% 삭감한다.
"평가 낮으면 기관장 해임 건의"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6.16.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아주미흡(E)을 받았거나 2년 연속 미흡(D)을 받은 경우에는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정부의 해임 건의를 대통령이 재가하면 해당 기관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지난해 철도공사는 E 등급을 받으면서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월 나희승 당시 사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재가했다.

다만 △E 등급이더라도 기준 시점(올해의 경우 2022년 말 기준)에 기관장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 △2년 연속 D 등급이라도 기준 시점에 재임 기간 1년 미만인 경우에는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해의 경우 E 등급 또는 2년 연속 D 등급인 기관은 9개였지만 재임 기간이 짧거나 이미 해임된 기관장(철도공사)을 제외한 기관장 5명에 대해서만 해임 건의가 이뤄진다. 해당 기관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다.

경영평가 결과는 해당 기관 예산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종합등급이 미흡 이하(D·E)인 기관에 대해선 경상경비를 0.5~1% 삭감한다. 반대로 직무급 도입·운영 실적이 우수한 기관에 대해선 총인건비를 추가 인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