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혁신'은 정부 모델로 '공공기관 통폐합'은 전국적 확산

  • 민경석
  • |
  • 입력 2023-08-09 07:49  |  수정 2023-08-09 12:55  |  발행일 2023-08-09 제12면
대구시정 대혁신 '3대 도시' 재도약

2023080801000248500009561
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부터 '기득권 카르텔 타파'를 부르짖고 있다. 한때 한반도 3대 도시의 위상을 떨치던 대구가 쇠퇴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특유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대구시는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재정혁신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통폐합, 각종 위원회 폐지, 알박기 인사 근절 등 파격적인 시정 혁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대구시는 민선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은 다이어트 예산 편성을 이뤄냈다. 또 올해 1분기 대구의 경제성장률은 3.8%로 우리나라 전체 성장률인 0.9%의 4배가 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두고 홍 시장은 "대구에서 인적·제도적, 공직사회 혁신을 전방위적으로 실시했고, 그게 모델이 돼 중앙정부에도 적용됐다"고 말했다.

◆빚더미에서 벗어나자…대대적인 재정 혁신으로 '채무 제로'

홍준표 시장은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고강도 재정혁신을 언급했다.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1조4천억원의 빚을 3년 반 만에 청산했던 경험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홍 시장은 대구시가 안고 있는 2조3천억원 이상의 부채를 모두 갚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홍 시장 취임 직전인 2021년 말 대구시의 부채는 예산 대비 20%에 달하는 2조3천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채무 비율이 높은 도시가 대구였던 셈이다. 여기에다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1993년 이후 30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며 가장 가난한 도시로 전락했다.

대구시의 빚을 모두 갚아내고야 말겠다는 홍 시장의 의지는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홍 시장은 당시 페이스북에 7세였던 1961년, 자신의 어머니가 고리대금 업자에게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 다니며 구타를 당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로 인해 빚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됐고, 채무 상환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홍 시장은 취임 직후 재정점검단을 설치해 허투루 새고 있는 세금은 없는지 대대적인 점검 작업부터 벌였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기금과 특별회계를 정리해 2천500억원을 아끼고 유휴·미활용 공유재산을 매각해 2천억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선심성·관행적 지출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집행 부진사업 등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6천억원 이상, 잉여자금 추가 상환으로 4천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종적으로는 임기 내 1조5천억원의 채무를 상환해 채무 비율 한 자릿수를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피 같은 노력의 결과 대구시는 민선 8기 출범 후 6개월 만에 순 채무 3천억원 이상을 상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정 건전화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홍 시장은 "올해 예산은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지방채를 한 푼도 발행하지 않고 편성했다"면서 "이는 정부의 재정 혁신 모델이 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채무비율 한 자릿수 목표 
선심·관행적 지출 엄격 잣대
민선8기 6개월만에 3천억 상환
자치제 후 첫 지방채 발행 '0'

 산하 공공기관 18→11개로 
중복기능 조정·원스톱 서비스
시장·기관장·임원 임기 일치
알박기인사 차단·퇴직금 정비

 위원회 정비, 책임행정 강화 
99개 위원회 54개로 통폐합
시청 조직 대대적 정비·혁신
유연근무제 3%→20%로 확대



◆공공기관 통폐합·산하기관장 임기 일치는 전국적인 롤모델

대구시가 지난 1년 동안 추진한 공공기관 통폐합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범사례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기관 통폐합과 기관장 및 임원의 임기 일치다.

시는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공공기관 구조혁신 작업을 벌였다. 우선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원스톱 통합서비스와 분야별 연계 서비스 제공 등 공공서비스 개선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대구시 산하 18개 공공기관을 11개로 통합·개편했다.

공공기관 통합은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원칙으로 했다. 조직 감축으로 인해 발생한 인력은 대시민 서비스 업무로 재배치해 양질의 공공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시장 임기와 일치시켜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원천 차단하고, 기관장 연봉 상한제(1억2천만원)와 퇴직금 제도를 정비했다.

대구시의 이 같은 혁신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지방 공공기관 혁신의 필요성에 경종을 울린 모범사례가 된 것이다. 대구시에서 출발한 공공기관 혁신의 물결은 경북과 부산, 서울, 광주, 세종, 경기, 울산, 충남 등으로 퍼져나갔다. 이들 지자체도 공공기관을 통폐합하거나 시장과 산하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이와 관련, 정장수 대구시 정책혁신본부장은 "효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목표로 공공부문 혁신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책임회피성 위원회 정리와 열심히 일하는 공직사회 분위기 조성도

'홍준표 시정'에서는 책임 행정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위원회 정비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정책 결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 참여 비중을 늘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도입 초기 취지와 달리, 행정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해 7월부터 회의 개최실적이 저조하거나 기능이 약화된 위원회, 목적·기능이 중복되는 위원회 등의 기준을 세우고 점검에 들어갔다. 점검 결과 총 199개 위원회 가운데 정비가 가능한 99개 위원회를 54개로 통폐합 했다.

이 밖에도 열심히 일하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조직·인사 혁신에도 힘을 썼다.

시청 조직도 '대국대과(大局大課)' 원칙에 따라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시정에 도움이 된다면 외부 인사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자녀를 둔 공무원들이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 시행 비율을 3%에서 20%까지 확대했다. 홍 시장도 임기 초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면서 유연근무제 정착에 힘을 실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민경석 기자

민경석 기자입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