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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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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

[ESG 혁명] "그린 워싱·ESG 워싱 방지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하자"

"석유 생산 대기업 셸(Shell)은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하며, 음료시장의 대기업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도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이라고 표현한다. 몬산토(Monsanto)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까지 판매하지만 자사를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여긴다. 화학업계의 대기업 헨켈(Henkel)은 에너지 업계의 거물들과 손잡고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유지되도록 애쓰면서도 풍력으로 움직이는 터빈에 '재생에너지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전기 회사 RWE는 숯가마가 생물의 종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인즉, 발전소의 냉각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카트린 하르트만(Kathrin Hartmann)은 그의 저서 <위장환경주의>(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에서 '더러운 주력사업'을 '그린'(Green)으로 포장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국제적인 대기업들의 행태를 꼼꼼하고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을 '비욘드 페트롤리엄'(Beyond Petroleum), 즉 '석유를 넘어서'로 이미지를 변경한 BP를 그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어머니'이며, 이를 위한 캠페인은 '그린 워싱의 혁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린 워싱·ESG 워싱 주요 이슈 부상

전 세계적으로 ESG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그린 워싱, ESG 워싱(ESG Washing)이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그린 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상품이나 용역의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를 허위 또는 과장하여 단지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말한다. 민간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그린워싱과 ESG 워싱을 저지른다.

그린 워싱은 반환경적이거나 친환경적이 아니면서도 소비자를 현혹하여 제품과 서비스 등을 공급함으로써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선 문제가 크다. 또한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그린 컨슈머(green consumer)와 일반 소비자의 신뢰 저하를 초래함으로써 친환경·녹색제품과 서비스 시장 질서 전반을 교란하여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자연히 녹색 제품 등 친환경 관련한 기술 개발 의지와 투자를 저하시키고 그만큼 환경 개선을 지연시킨다.

전 세계의 자본이 ESG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탈탄소 사회로 전 세계가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그린워싱, ESG 워싱 우려가 증가하는 핵심적인 배경이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로,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각각 투자 의사결정과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하는 비재무적인 요소다.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20년 말 45조 달러에 이른다. 도이치 뱅크의 전망에 따르면, ESG 의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2035년에는 160조 달러로 증가한다. 전 세계 지속가능채권 규모도 2020년 말 732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ESG 투자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약 105조 원, ESG 채권은 약 128조2000억 원대(2021.7.6.기준)로 증가했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퀼터(Quilter)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환경 제품 수요 증가에 편승하기 위해 녹색 인증을 과장하는 그린 워싱에 대하여 투자자들의 거의 절반이 우려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올해 5월 발간하기도 했다.

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

그린 워싱은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가 2007년 11월 '그린 워싱의 6가지 죄악들 : 북미 소비자 시장의 환경적 주장에 관한 연구'(The Six Sins of Greenwashing : A Study of Environmental Claims in North American Consumer Markets)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테라초이스는 이 보고서에서 그린 워싱을 "기업의 환경 관행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2007년에는 그린 워싱의 6가지 죄악을, 2010년에는 7가지 죄악을 제시한다. 환경성 조사 결과, 환경 주장을 한 1018개 제품 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제품이 6가지 죄악 중 최소한 1가지를 범했다. 무려 98%에 이른다. 2010년에는 95%였다.

테라초이스는 2010년 '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이는 그린 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① 상충효과 감추기(Hidden Trade-Off) : 작은 속성에 기초하여 환경친화적이라고 라벨링

② 증거 불충분(No Proof) : 라벨 또는 제품 웹사이트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환경적이라고 주장

③ 애매모호한 주장(Vagueness) : 너무 광범위하거나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용어 사용

④ 관련성 없는 주장(Irrelevance) : 친환경적인 제품을 찾을 때 기술적으로는 사실이지만 구별되는 요소가 아닌 점을 진술

⑤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Lesser of Two Evils) : 범주가 전체적으로 환경적이지 않을 때 그 범주에 있는 다른 제품보다 더 환경적이라고 주장

⑥ 거짓말(Fibbing) : 사실이 아닌 점을 광고

⑦ 허위 라벨 부착(Worshiping False Labels) : 허위인증 라벨 사용을 통하여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제3자 검증 또는 인증을 가진 제품을 암시

친환경 석탄이라는 그린 워싱

우리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그린 워싱의 사례는 흔하게 발견된다. 심지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반(反)환경적이라고 이미 판명된 '석탄발전'도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공정률 43.71%(2021.6월 말 기준)인 삼척블루파워 홈페이지에는 "삼척블루파워는 2.100MW급 대용량 '국내 최고의 환경친화적 명품 발전소'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강릉에코파워 역시 "강릉안인화력발전소는 국내 총 발전설비 144,412MW(2023년 기준)의 약 1.44%로 2080MW 설비용량으로 조성되는 국내 최대의 친환경 민자 발전소입니다"라고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고성하이화력도 '국내 최대의 친환경 민자 발전소'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유해상품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테라초이스의 그린 워싱 판단 기준 중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Lesser of Two Evils)의 전형이다. 담배, 주류, 농약 등 유해 상품 제조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효율 석탄화력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 또는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를 규제하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안'을 2017년 12월에 발의한 바 있다. 제품의 환경성 정의 및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금지대상 범위에 '에너지'를 포함하여 발전소 등 에너지 생산자에 대한 제품의 환경성 표시·광고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영국은 2014년, 세계 최대 석탄 발전기업인 피바디 에너지(Peabody Energy)가 '청정석탄'이라는 용어로 홍보하자 광고심의위원회가 이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전례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ESG 펀드가 그린워싱의 도마에 오른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속가능금융 상품들이 그린 워싱으로 만연하다"고 비판 보도를 낸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ESG 펀드 20개 중 6개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에, 2개는 아람코에 투자했다. 그리고 1개는 중국의 석탄 채굴 회사에 투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과 기업이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을 다수 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발행목적에 투자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사후검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ESG 펀드도 민간금융과 공적금융에서 출시하여 운용하고 있지만, 그 펀드의 ESG 수준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녹색성장이 정권의 어젠다였던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기관의 그린워싱은 사실 극에 달했다. 예금, 적금, 대출, 펀드, 프로젝트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존 상품과 투자에 '녹색' '그린'이라는 이름만 붙인 경우가 많았다. 자본이 실제로 '그린'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회적·경제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했다.

더 강하고 빠른 ESG 정보공개 의무화

그린 워싱, ESG 워싱은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에서 발생한다. 기업과 금융기관과 정부는 제품·서비스·정책 등의 소비자보다는 해당 정보를 독점하고 있거나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해당 정보를 조합하고 배열하고 선택하고 축소하고 과장하고 은폐함으로써 소비자를 속이거나 오인하게 한다. 이를 통하여 경제적 이득이나 정치적 이득을 취한다.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 해결과 최소화는 그린 워싱, ESG 워싱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transparency)이 확보되어야만 하며 '정보공개'(disclosure)는 기본정책이다. EU는 이미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을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으로 개정하여 더욱 강화한다. '지속가능금융 공시 규제'(SFDR)도 마련하여 2023년부터 시행한다. 이 규제는 금융기관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위험을 포함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며, 자산운용시 지속가능성 요소와 관련한 주요 부정적 영향(PAI : Principal Adverse Impacts)을 고려하는지 여부와 ESG 접근법을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인 TCFD를 2025년에 영국 경제 전반에 걸쳐 의무화한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사회 관련 정보공개를 2030년까지 코스피 전체 상장사에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의 속도는 국제적인 속도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보수적이다.

EU는 녹색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를 2021년 만들었고, 2023년부터 의무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말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만든데 이어, 올해 안에는 그린 택소노미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자율이다.

그린 워싱과 ESG 워싱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그런 점에 테라초이스가 제시한 '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을 기준으로 그린 워싱에 속지 않는 방법과 지혜를 배우고, 이에 위반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항의, 불매운동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개별 소비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그린워싱과 ESG 워싱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물론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이를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그린 워싱 방지 라운드 테이블 구성 필요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기업, 금융기관, 정부, 소비자를 포함한 시민사회가 그린 워싱과 ESG 워싱 방지 방안을 도출하기 위하여 치열한 논쟁을 한 바가 거의 없다. 제품·서비스·행위의 어떤 부분이, 또 어느 정도의 행위와 위반이 그린 워싱, ESG 워싱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공감대 형성 대한 논의가 불충분했거나 부재했다. 또 어떤 법과 제도와 정책들이 마련되어야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논의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그린 워싱·ESG 워싱 기준과 방지 방안 도출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린과 ESG가 전 세계적인 과제이자 목표가 되고 있는, 즉 생존을 위한 뉴노멀이 되어 가는 시대에 그린 워싱과 ESG 워싱의 유혹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고, 갈등 또한 증가하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진지한 논의와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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