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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이사제 통과 초읽기…금융사들 '노심초사'

등록 2022.01.09 16:00:00수정 2022.01.09 16: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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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협의회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2.08.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협의회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1일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앞서 기재위는 지난 5일 전체회의에서 이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이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131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측 대표가 추천하거나 근로자 과반 이상이 동의한 비상임 이사 1명을 임명해야 한다.

법안 통과시 금융권에서 영향을 받는 공공기관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총 5곳이다.

이들 금융공기관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 정해지는 세부적인 법안 내용에 따라 운영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 금융공기관 관계자는 "논의가 갑작스레 진전돼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만약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되기까지 6개월여 시간이 있으니, 타 기관 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운영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이미 시행 중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서울시가 산하 13개 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며 도입됐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기국회 내 처리를 당부한데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제계와 재계 등에서는 노조의 경영 개입이 강화되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고,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가 더욱 담합해 본인들의 잇속만을 챙기는 경향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이사제 적용대상은 공기업과 준공공기관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 기타공공기관은 제외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도로, 통상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를 선임하는데 성공했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은 수 차례 도입을 추진했지만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만약 이번에 공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권 전반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3월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맞춰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19년 1월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한 바 있다. 산업은행도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국책은행을 넘어 민간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하는 KB국민은행이 첫 타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노조추천이사제는 긍정적인 평가와 우려가 공존하는 중대한 사안이니 만큼, 먼저 도입하는 공공기관들의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단 전제 하에 필요하다면 도입을 해야겠지만 아직은 민간기업에 도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노사관계가 대립적이고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오히려 갈등과 분쟁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노동이사제의 공공부문 도입 현황과 공공기관 논의' 보고서를 통해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들의 직접 경영참여를 통해 공공기관 낙하산 임용 폐해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기관에서도 노사갈등이 빈번한 한국적 현실에서 공공기관에서 전면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경영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전면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경제계와 재계는 민간기업 확산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노동이사제 도입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우리나라의 갈등적 노사관계 환경에서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가 더욱 조장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이사회 기능을 왜곡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하하는 등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입장문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 도입 압력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친노동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민간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재위에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민간 부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민간 도입을 위해서는) 별도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운법 차원이 아니라 상법과 같은 다른 법체계에서 다뤄질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일단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가 잘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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