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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조직에 ‘메스’… 공공기관 "정권따라 정책 급변" 불만 [공공기관 대수술]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31 17:52

수정 2022.07.31 17:52

尹정부 ‘인력 감축’ 고강도 혁신
文정부 ‘정규직화’ 지침에 늘렸는데
새 정부 조직 효율성에 다시 축소
"실패한 MB 정책 답습될라" 우려도
비대한 조직에 ‘메스’… 공공기관 "정권따라 정책 급변" 불만 [공공기관 대수술]
350개 공공기관이 고강도 인력·조직 축소, 자산매각 등을 골자로 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술렁이고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공공기관 경영지침과 평가 잣대가 달라져 혼란스러웠는데 이번에도 큰 변화를 맞아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윤리·안전경영에 중점을 두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몸집을 늘려왔는데 새 정부는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정원·부채 감축과 비핵심자산 매각 등 조직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공공기관 사이에서 불만과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권교체마다 정책 급변

7월 3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간 조직·인력과 부채규모가 확대된 공공기관의 효율화를 강조하면서 임직원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진보·보수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정책과 평가 방향이 급변하면서 공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영방침이 아니라 정부 평가 방향에 따라 기관장이 쫓아갈 수밖에 없어 맹목적 추종이 나올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평가방법이 획일적으로 바뀌어 소신을 갖고 업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특히 정부의 공공기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경영평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틀의 변화를 보여 임직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책에 따라 지난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일자리 창출 노력'을 추가했다. 올해 상반기 경영평가는 윤리·안전경영 배점도 강화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인력·부채 축소, 자산매각 등 기업건전성 강화를 주요 지표로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 기관장 해임(E등급) 등 민감한 사안이 결정돼 공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정치에 휘둘려" 정부 역할 흔들

이와 관련, 정부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나왔다. 과거에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역할에 맞게 정치권의 바람막이가 돼 소신을 유지했는데 지금은 이마저 실종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이 공직사회와 공공기관 정책을 끌고 갔는데 지금은 정치가 끌고 간다"며 "관이 공공기관 사업에 대한 큰 틀의 정체성은 유지해줘야 하는데, 뿌리까지 흔들린다. 공기업뿐 아니라 국민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축소 등 조직 슬림화가 MB(이명박) 정부 시즌2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MB정부 1~2년간 공기업을 옥죄다가 3년차 이후 결국 업무공백 우려로 정원을 다시 늘리기도 했다.

한 공기업 임원은 "MB정부 시절에도 2년간 공기업을 옥죄다가 3년차에는 결국 임직원 증원을 신청하라고 했다"며 "공기업 사업이 늘어나면서 정원을 다시 늘려줬다. 이번 정부도 새 사업이 있으면 다시 늘리라고 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공공기관 과잉복지와 방만경영을 수술하고 부채절감 등 경영효율화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공공기관 부채, 임금, 성과급, 복리후생, 단체협상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개편이 이뤄졌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진보정권은 비정규직 정규화 등 공공기관 인력을 방만하게 늘리고, 보수정권 때는 인력을 과도하게 축소해 업무공백을 초래한 적이 있다"며 "새 정부가 인력을 축소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면 청년층 일자리가 축소되고 공기업 내부 인력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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