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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평 발표 하루 전 결과 유출에…공기업 직원들 ‘술렁술렁’

등록 2023.06.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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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전날 밤, 카톡·블라인드 타고 퍼져

尹첫 경평, 개편에 기대·우려 컸던 방증

[서울=뉴시스]지난 15일 오후 늦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관계자 사이에 카카오톡을 타고 공유되던 경영평가 결과 자료. (출처=카카오톡 캡처)

[서울=뉴시스]지난 15일 오후 늦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관계자 사이에 카카오톡을 타고 공유되던 경영평가 결과 자료. (출처=카카오톡 캡처)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대대적인 개편을 거쳐 치러지자, 이전과 다른 등급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했다. 그런데 발표 전날 밤 공기업 관계자들에게 결과가 미리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사이 희비가 엇갈리며 각사 사내와 커뮤니티에는 밤새 술렁이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경평 결과가 발표 전날인 15일 오후 8시께부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의 사내 임직원과 담당 취재진 사이에 경평 결과가 담긴 파일이 빠르게 돌았다. 각사 등급이 적힌 표가 적힌 한 장 짜리 파일이었다.

경평 결과가 발표 전 유출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경평 결과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공기업 홍보 담당 A부장은 이날 저녁 회식자리에서 지인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평가 결과를 받아보고 이전보다 등급이 꽤 오른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고 뉴시스 취재진에게 전했다. 사실인지 의아하던 찰나, 업계 지인 2~3명에게 "너희 회사 좋은 등급 받았더라", "축하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연이어 도착했다.

A부장은 이들에게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이미 평가 결과가 돌고 있는 것 알지 않느냐"는 답을 받았다. 게다가 회사에서 경평 담당자에게도 "등급이 많이 올랐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러 명에게서 같은 결과를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A 부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회식 자리는 이내 축하 파티 자리가 됐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6.1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6.16. [email protected]

다른 공공기관 B차장은 뉴시스 취재진에게 이날 밤 "기쁜 소식이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연락해왔다. 이미 평가 결과를 받아본 뉴시스 취재진은 경평 결과를 말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B차장은 당황하며 대답을 피했다. B차장은 다음날 오전에 "경평 결과가 맞다. 경평 결과가 유출된 사실이 걸리면 혹여 문제가 생길까 우려해 당시 시원하게 밝히지 못했다. 다만 몇 년 만에 좋은 등급을 회복한 사실이 믿기지 않아 감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블라인드에도 이미 경평 결과를 본 뒤 환호나 아쉬움을 표한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모 공기업 소속의 직원은 "우린 날렸다" 등의 푸념을 올리는 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평 결과가 공유된 포스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공기업 직원은 뉴시스 취재진에게 "기자와 사내직원, 타사까지 총 3~4명에게 동시에 받았을 정도"라며 "이날 결과가 돌고 돌았다"고 전했다.

경평 결과는 매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임직원에게 관심 대상이긴 하다. 경쟁 공기업과 비교되는 자존심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임직원에게는 성과급이 차등 지급되는 근거 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저조할 경우 최고경영자(CEO)들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경평 결과가 발표 하루 전 유출까지 되는 사태는 흔치 않다. 하루 미리 안다고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출까지 됐다는 것은, 그만큼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평가는 윤 정부가 실시한 첫 경평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6.1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6.16. [email protected]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중요하게 여겼던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을 25점에서 15점으로 줄이고, 대신 자산과 부채 등 재무성과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아울러 평가 분류방식도 손질했다. 앞서 '공기업Ⅰ(한전·가스공사·석유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등)'과 '공기업Ⅱ(한수원·발전5개사)'로 나눠 평가하던 것을 '사회간접자본(SOC)형'과 '에너지유형', '산업진흥서비스 유형'으로 분류 체제를 개편했다.

갑작스런 개편으로 이전과 등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일부는 기대를 일부는 우려를 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수정되면서 공기업 입장에서는 평가 기준에 맞춰 체질을 바꿀 여력이 없었다는 점도 긴장감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여태껏 경평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하며 가치 구현 부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집중해왔는데 갑자기 그 부분 점수가 낮아져 당황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비롯해 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8개 공공기관이 'D(미흡)'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비롯해 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8개 공공기관이 'D(미흡)'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한편 평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전날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 브리핑에서 취재진에게 "사전유출 관련해 송구스럽다는 말씀 드린다. 부총리께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유출된) 실제 경위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앞으로 향후 재발되지 않도록 챙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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