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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공무원도 덥습니다"…폭염에도 공공기관 실내는 28도

"에어컨 작동 멈추는 야간·주말 근무하기 너무 힘들어"
온난화로 더워졌는데…실내온도 기준 43년 전 그대로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3-08-02 15:52 송고
정부서울청사 직원들이 더위 때문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서울청사 직원들이 더위 때문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여름은 따뜻하게 겨울은 시원하게'가 공무원의 삶이다."

최근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한 공무원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불만을 나타냈다. 민간 건물을 임대해 쓰던 때와 달리 에어컨 이용이 불편해진 탓이다. 2일 세종시 낮 최고기온은 35도. 전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계속되는 폭염에도 공공기관의 적정 실내온도는 28도 이상으로 43년째 그대로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냉방 설비 가동 시 평균 28도 이상, 난방 설비 가동 시 평균 18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름과 겨울마다 공무원의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 세종청사는 형편 나은 편…오래된 건물 더 힘들어

그나마 세종청사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예외 기준을 충족해 온도를 26도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비전기식 냉난방 설비가 60% 이상 설치된 건물에 한해 온도 기준을 2도 범위에서 완화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면 에어컨을 꺼야 한다. 주말에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한 공무원은 "야근과 주말근무가 많은데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여서 일하기 정말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오래된 건물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청사가 오래 돼 냉방기를 많이 설치하면 전력 감당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50년 넘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10년 전에는 하루 2시간만 에어컨을 틀어 임신부가 쓰러진 적이 있다"며 "지금은 그나마 형편이 나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오후 5시가 되면 에어컨을 끄기 때문에 퇴근할 때까지 한 시간동안 땀에 젖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며 전국 대부분이 폭염 경보가 발효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있다. 2023.8.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며 전국 대부분이 폭염 경보가 발효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있다. 2023.8.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43년 전 정한 '28도' 기준…정확한 이유 아무도 몰라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28도로 정한 이유를 정확히 아는 공무원은 사실상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준이 마련된 1980년 당시 일본을 참고한 것 같다면서도 정확한 근거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1980년 11월7일 국무총리 지시 18호에는 "세계적인 에너지난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운동 추진 과정의 미흡한 점을 보완 시정하고 보다 만족할만한 절약 운동을 전개하자"며 '정부 및 산하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대책'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1996년부터 2009년까지 공공기관 실내온도를 26도까지 내릴 수 있게 했다가 2010년 다시 28도로 높였다. 기후 변화로 날이 펄펄 끓고 있지만 근거가 불명확한 규정으로 28도 기준이 유지되는 셈이다. 

그 사이 기온은 크게 올랐다. 1980년 7월 서울의 평균기온은 22.7도, 평균 최고기온은 26.7도였지만 올해 7월에는 각각 26.7도, 30.2도로 치솟았다.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세종청사는 출퇴근 시간에 26도로 운영 중"이라면서도 "폭염이라고 별도 기준이 있진 않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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