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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공기관 경영평가 변별력 논란…기관장 리더십·청렴도 낮지만 최고 등급

[단독] 공공기관 경영평가 변별력 논란…기관장 리더십·청렴도 낮지만 최고 등급

기사승인 2023. 08. 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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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 리더십·경영 등에서 낙제점 받아
국제적 이슈 영향으로 재무성과 개선
비계량, 절대 계량 뛰어넘지 못해
업계 "변별력 떨어져…사기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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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두고 경영평가 기준이 변별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재무성과에 높은 배점을 두면서 공공기관이 추구해야 하는 기관장의 리더십과 회사의 청렴도는 뒷전이라는 비판이다.

1일 아시아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 공기업 S사는 청렴도 등을 나타내는 비계량 부문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지만 최종 등급은 지난해 기준 최고 등급인 A(우수) 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S(탁월)부터 E(아주 미흡) 등 총 6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최종 등급은 계량(51.5점)과 비계량(48.5점) 점수를 합산해 결정되는데, 정부는 이번 평가부터 재무성과 배점을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대폭 상향했다.

문제는 S사가 비계량 부문 중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대표하는 주요 지표인 '리더십'에서 사실상 0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기관장의 리더십은 공공기관 및 공기업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기관장을 선임할 때 필수 평가 항목으로 여겨진다. 통상 기관장을 선임하는 각 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는 기관장 후보자의 적격 기준으로 △전문성 △리더십 △방향성 등을 중점으로 판단한다.

S사의 낮은 청렴도는 매년 발표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종합청렴도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종합청렴도에서 S사는 최하 등급인 5등급보다 한 등급 위인 '4등급'을 받았다. S사는 비계량 부문 중 '전략·혁신' 부분에서도 타 기관보다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는 결국 S사가 타 기관보다 경영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공공기관은 설립 취지에 맞게 공공성과 청렴도를 최우선으로 둬야 하지만, S사의 기관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S사는 지난해 출자회사의 어닝서프라이즈 덕분에 종합등급에서 'A' 등급을 받게 됐다.

실제로 S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출자회사는 2021년 167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31억원의 순손익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인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발전 공기업은 한국전력의 정산조정계수(한전이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일 때 적용하는 일종의 할인률)를 적용 받으면서 수익이 제한되는데, 이 출자사는 민간 발전사인 만큼 정산조정계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스란히 이익으로 본다.

또한 석탄발전기에만 최저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고 있어 석탄판매량이 가장 낮은 S사가 당기순이익 약 2100억원을 실현하게 됐다. 그 결과 재무성가 계량지표에서 고득점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의 변별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공기관의 자체 경영 실력보다 우연히 얻은 재무성과에 치중되면서 임직원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비계량 부문의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비계량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더라도 계량(재무성과)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높은 종합등급을 받게 되기 때문에 결코 비계량 부문이 계량 부문을 뛰어넘을 수 없게 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성과급을 결정짓는다. 경영평가 기준의 변별성이 떨어지면서 임직원들의 사기저하에도 한몫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S사는 비계량 부문만 보면 절대 A등급을 받을 기관이 아니다"라며 "계량 부문에서의 점수가 해당 기관이 경영을 잘했는지 여부를 비계량에서 판단해야 하지만, 비계량에서 못 받아도 계량 부문을 넘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변별력이 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측은 기관들의 의견을 받으면서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운영 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며 계속 개선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며 "아직 검토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10월쯤 개선안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S사는 비계량 부문 중 '안전·재난'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안전·재난'은 모든 정부마다 강조하는 것으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안전·재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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