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경영평가'서 부실 적발
대상 기관서 돈 수령하고도 평가위원 위촉돼
평가단, 배점 오류에 등급 변경되자 지표 수정
담당과장 자료제출 거부…감사원 ,컴퓨터 봉인
평가 대상 기관들, 회계 조작으로 성과급 타내
대상 기관서 돈 수령하고도 평가위원 위촉돼
평가단, 배점 오류에 등급 변경되자 지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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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대상 기관들, 회계 조작으로 성과급 타내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평가 대상 기관에서 경제적 대가를 수령했음에도 평가위원으로 위촉돼 점수를 매겼고, 평가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들이 돈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다수 위원을 다시 위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일부 평가위원들은 몇몇 항목의 점수가 잘못 매겨진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기관들 간 종합순위를 유지시키기 위해 다른 항목의 점수를 깎는 등 '엉터리 평가'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23일 공개된 감사원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100여곳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한다. 경영평가는 대학 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들을 위촉해 '경영평가단'을 구성한 후, 미리 정해진 경영지표에 따라 이들이 각 기관의 점수를 매기게 된다. 종합 점수에 따라 가장 높은 'S'에서 가장 낮은 'E'까지 6단계의 등급이 부여되고, 등급이 높을수록 기관의 임직원들이 더 많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 반면, 'D' 또는 'E' 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관 차원에선 '경영 개선 컨설팅'을 받아야 하고, 임원은 경고를 받거나 해임된다.
보고서를 보면 2018~2020년 경영평가 위원으로 활동한 323명을 대상으로 임기 중 경제적 대가 수령 및 규정 위반 위원의 재위촉 사례를 점검한 결과 2018년 54명, 2019년 53명, 2020년 49명의 경영평가위원이 평가 대상기관한테서 경제적 대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경영평가단 구성 단계부터 문제점이 있었다. 규정 위반 시 향후 5년 내 위촉이 제한된다. 하지만, 2018년 규정을 위반한 위원 54명 중 46명이 2019~2021년 사이에 평가위원으로 다시 위촉됐다. 2019년과 2020년 규정 위반 위원 중 재위촉된 인원은 각각 30명, 14명에 달했다.
감사원은 규정 위반 위원이 다시 위촉된 이유로 평가위원 검증 기준 완화 및 평가위원 후보자의 경제적 대가 수령 자료 제출, 공공기관의 경제적 대가 지급 사실 보고 누락 등을 꼽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규 위원의 경우 최근 5년간 1억원 이하 수령 시 위촉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작년이 아닌 재작년에 위원 활동을 했다면 신규 위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임기 중 경제적 대가를 수령했더라도 2년 후 다시 평가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었다.
예컨대 2018년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철도공단 등 9개 기관에서 26회에 걸쳐 '자문료', '심사료', '회의 참석비' 등의 명목으로 총 970만원을 받은 대학 교수가 2020년 재위촉됐다.
기존 위원에 대해선 1회 100만원 이하의 경제적 대가 수령을 실비 보전 차원으로 간주, 경영평가단 참여를 제한하지 않았다. 더욱이 본인이 소속된 평가단의 평가 대상이 아닌 기관이면 1회 100만원 이상을 받아도 재위촉이 가능했다. 평가단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상임감사·감사위원 등으로 나뉘는데 공기업 경영평가위원으로 참여한 A씨는 준정부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325만원의 수당을 받았지만 다시 평가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었다.
기재부에서 이런 사람들을 평가위원으로 위촉하기 전에 검증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이 누구에게 돈을 주고 있는지를 기재부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고, 기재부 역시 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평가 점수를 높게 받으려고 회계를 조작하거나, 평가 담당자를 속인 공공기관도 적발됐다. 해당 기관의 임직원들은 원래 점수였더라면 한 푼도 못 받을 성과급을, 조작을 통해 78억여원이나 챙겼다.
평가위원들이 점수를 제멋대로 뜯어고쳐 온 정황도 드러났다. 정당한 사유에서 점수를 고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합당한 이유 없이 임의로 점수를 고치거나, 잘못 부여한 점수를 덮기 위해 다른 항목 점수를 고친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2019년 경영실적 평가 시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과 관련된 4개 평가지표에서 평가위원들이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국가철도공단,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아시아문화원 등 4개 기관에 등급을 잘못 부여했다. 뒤늦게 오류를 발견해 배점을 수정하자 종합 등급이 바뀌게 됐고, 다른 기관들의 순위까지 바뀔 상황이 됐다. 이를 막기 위해 평가위원들은 '노사관계', '안전 및 환경' 등 다른 항목 점수를 임의로 깎아서 종합 등급이 변하지 않게 했다. 순위에 점수를 억지로 끼워 맞췄는데도 기재부는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코레일 등 5개 기관은 2019년에 중대 재해를 일으켰다. 평가 원칙대로라면 해당 항목에서 2~3등급 감점돼야 했다.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감점이 과하다'며 코레일을 봐주고, 나머지 4개 기관에 대해선 1등급만 감점하는 것으로 바꿨다.
울산항만공사와 부산항만공사는 2019년 실적을 평가하는데, 2020년 안전 사고 발생에 대한 언론 보도를 이유로 점수를 깎았다. 그러나 두 공사에서 일어난 사고는 중대 재해가 아닌 경미한 것이었다. 반면, 한국중부발전에서 사망 사고가 났는데도, '회사 책임인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점하는 대신 되레 2차례에 걸쳐 점수를 올려 줬다. 그 뒤에 '사망 사고가 났는데 종합 등급이 높게 나오면 국민 정서에 위배될 수 있다'며 안전 문제와 관련 없는 '일자리 창출' 등 9개 항목을 감점해 전체 등급을 낮추기도 했다.
기재부는 이처럼 평가위원들이 규정과 기준을 무시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 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평가는 경영평가단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들이 기준을 준수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경영평가의 주체인 기재부가 감독을 하지 않는다면 자기의 기본 임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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