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작년 미수금·손실 심화…올해 경영평가 걸림돌 [공기업은 지금]

지난해 경영평가 C등급(보통) 부여받아
작년보다 감소한 실적, 올해 평가 영향 가능성
미수금 회수 시급, “재무 개선 성실 이행 중”

기사승인 2024-03-21 0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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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작년 미수금·손실 심화…올해 경영평가 걸림돌 [공기업은 지금]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정부가 지난달 중순부터 202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돌입한 가운데, 미수금 누적 등 이유로 앞서 C등급(2022년 평가 기준)을 부여받았던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실적이 악화돼 올해 평가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6월 20일까지 약 4개월간 87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2023년 경영성과에 대한 서면 평가 및 현장실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무·윤리·주요현안 등에 대한 종합 평가를 거쳐 S(탁월)~E(아주미흡)등급이 부여된다.

지난해 가스공사는 ‘보통’에 해당하는 C등급을 받으면서 재무 위험이 높은 공기업(9곳)에 포함돼 임원 및 1·2급 직원 성과급 삭감 조치를 받은 바 있다.

2022년 말 기준 민수용(주택·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약 8조6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499%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재무 상태가 등급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수입한 금액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요금 동결 등을 이유로 가스 매입가격보다 싸게 팔 경우 미수금으로 분류한 뒤 추후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회계방식이다.

미수금이 늘어나면 실적은 물론, 회사채 등 향후 경영 과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지난해 2월 가스공사는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하고, 자산 유동화를 통한 자금 조달, 비핵심 자산 매각, 해외사업 수익 개선 등을 통해 5년간 14조원의 재무 개선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물가 상승 등으로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민수용 미수금은 2022년보다 51.5% 증가한 13조110억원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발전용·기타 미수금을 모두 합친 누적 미수금 총액은 2022년 대비 31.2% 증가한 15조7659억원이다.

실적도 감소했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44조5560억원, 영업이익은 1조553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3.86%, 36.9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7474억원으로, 전년 순이익 1조4970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2022년 대비 이자율 상승 및 미수금 증가 등으로 차입금 평균잔액이 늘어 순이자비용이 6678억원 늘었다. KC-1 소송 1심 패소 및 관련 선박 손상액(4510억원)과 해외 사업 손상(4344억원) 등으로 입은 비용도 반영됐다.

곧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도 만만치 않다. 올해 3조1275억원, 2025년 5조815억원, 2026년 4조5675억원, 2027년에는 12조7369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를 앞두고 있다. 4년 합계는 25조5134억원이다.

결국 가장 큰 해결과제인 미수금을 회수하려면 가스요금 인상이 필수적이지만 이마저도 맘 편히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상승, 경기침체로 국민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로 사실상 동결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은 올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시내버스비와 택시비가 각각 11.7%, 13.0%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적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라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경제상황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미수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수용 도시가스 소비층의 감소세도 요금 인상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겨울철 기온이 예년 대비 높은 데다, 난방비 부담으로 전기 위주 냉난방기기의 보급 확대로 주택용 수요 가구당 도시가스 사용량(한국도시가스협회)은 2013년 612.4m³에서 2021년 554.9m³로 줄었다.

삼천리·서울도시가스 등 수도권 7개 도시가스 공급사의 지난해 주택용 도시가스 판매량도 전년 대비 10.2% 감소한 53억3545만m³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반등을 위해선 적극적인 자구책 실현과 동시에 요금 인상을 통한 미수금 회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총선 이후 대부분의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적이면서도 보조책이 동반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시행한 고강도 자구책에 따라 전체 약 14조원의 목표 중 44%에 해당하는 6조8000억원가량 재무 개선을 달성했으며, 2023년 한 해 재무 건전 계획 목표치인 3조원 역시 9000억원가량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목표 대비 재무 개선 실적을 잘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미수금 회수는 요금 정상화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크고, 이에 대한 결정권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원료비연동제에 따라 두 달에 한 번씩 조정하는 데 있어 인상 및 정상화 요청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