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만 축내는 공공기관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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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만 축내는 공공기관 메타버스

서울시 메타버스 서울 일평균 이용자 576명… 경북 ‘메타포트’도 부진
제페토 공공기관 메타버스 월드 최근 이용자 한 자릿수 방치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05 13:16:39

▲ 다른 이용자 없이 NPC만 돌아다니는 메타버스 서울 북촌 한옥마을. 메타버스 서울 캡쳐

가상과 현실의 결합을 의미하는 메타버스가 떠오르면서 공공기관들 역시 앞다퉈 메타버스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당시에도 기대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현재는 거의 방문자가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공공기관 메타버스의 현재 상황을 추적해 봤다.

메타버스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 맵에 직접 접속했다. 메타버스를 통해 북촌 한옥마을이 재현돼 있고 NPC(Non-Player Character)를 통해 다도 체험 등이 가능했다. NPC는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의미한다.

그러나 북촌 한옥마을 외에 다른 맵 등에 접속해도 다른 이용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메타버스의 주된 장점이 아바타를 사용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의 메타버스 서울 총 방문자수는 20만1737회로 일 평균 576회 수준이다. 서울시는 2022년 20억7000만 원·2023년 28억 원을 들여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작했다.

그러나 메타버스 서울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올해 서울시 메타버스 예산은 7억2460만 원으로 줄었으나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 평균으로 보면 저조해 보이지만 20만 명의 누적 접속자가 있었던 만큼 방문자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이제까지의 과정은 인프라 구축이었고 흥미를 유발할 만한 가상현실 체험관이나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메타버스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11월 총 사업비 30억 원을 투입한 경북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 메타포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메타포트는 확장성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기업·학교 등이 보유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메타포트가 출시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이렇다 할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앱 버전의 경우 정확한 다운로드 수를 알 수는 없으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100회 이상 다운로드에 그치고 있다. 출시 당시 가상 시민 1000만 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 외에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결합한 메타버스 서비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지역 이름을 검색해 보면 공공기관이 설립한 메타버스 체험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 상당수가 방문자 수는 수천 명에 불과하고 최근 방문자 수 역시 한 자리에 그치고 있다.

기존 플랫폼을 이용한 만큼 제작 비용은 자체 플랫폼에 비해 적다고 하나 투입한 예산만큼의 성과를 거뒀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메타버스가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공간을 구현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아 기업들이 추진해도 어렵다”며 “커뮤니케이션 기능 정립에 대한 고민 없이 3D 공간만 세워놓으면 사람들이 모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서 하는 일인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